“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쿠팡플레이의 빗나간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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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되었습니다.”
지난 3일, 스트리밍 플랫폼 쿠팡플레이 쪽이 발표한 입장문 중 일부다. 앞서 드라마 <안나>(2022)의 이주영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플레이 쪽이 감독과 스태프들 동의 없이 8부작인 작품을 무단으로 6부작으로 편집했고, 그 때문에 등장인물의 심리상태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묘사되면서 작품의 내러티브가 크게 훼손되었다며 공개 사과와 감독판 릴리스(배포·개봉)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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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쪽의 입장문은, 쿠팡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늘 그렇듯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 만에 나온 입장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감독과 제작사와 함께 합의한 원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으나 그걸 바꾼 건 감독이었고, 그래서 수정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작품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권리를 행사해 편집에 개입했을 뿐이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크게 호평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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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인 쿠팡이 지금껏 보여줬던 행보가 그렇지 않은가. 2015년 쿠팡은 자사의 직원이 과도한 야근 탓에 과로사했다는 ‘찌라시’를 돌린 경쟁사 직원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당시 김범석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지병이 사망 원인이며, 과로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문은 악성 루머였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바로 1년 뒤, 법원은 경쟁사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인은 평소 오전 7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등 업무량이 많았고, 사고 당일에도 오후 7시께 집으로 돌아와 다시 회사로 출근하려다 돌연사했다”며 과로사를 주장하는 경쟁사 직원들의 글 중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고 판결한 것이다.(“자꾸 거짓말하는 쿠팡, 왜 그러세요?” <시사오늘> 김인수 기자. 2016년 11월12일) 이뿐인가. 2020년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쿠팡은 뜬금없이 방역지침이 문제가 아니라 인천 학원강사가 직업과 동선을 속였기 때문에 집단감염이 발생하도록 역학조사를 못 한 것일 뿐이라고 엉뚱한 핑계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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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쪽 주장에서 거짓말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핵심은, 서두에서 인용한 바로 그 문장이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되었습니다.”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할지언정, 결과만 괜찮으면 다 좋지 않으냐는 오만.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인데, 모기업인 쿠팡이 운용하는 제도인 ‘아이템위너’라는 제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같은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다수일 경우,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를 ‘대표 상품판매자’로 소비자들에게 단독 노출시켜준다.
같은 상품을 파는 다른 판매자들이 올려왔던 상품 이미지, 그들이 고객들로부터 모아왔던 상품평까지 싹 다 ‘대표 상품판매자’에게 몰아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개별 판매자들이 쌓아왔던 노력들―빠른 배송, 안전한 배송을 위한 패키징, 상품의 불량도를 낮추기 위한 검수,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페이지 디자인― 같은 것들이 죄다 그냥 제일 싼 가격 부른 사람에게 몰리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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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들 입장에서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쿠팡 입장에서야 고객이 가장 싼 가격이라고 좋아하며 사 가면 그만일 테니까. 상품이 원래 의도대로 제대로 검수가 되었는지, 안전진단을 거쳤는지, 판매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더 많은 고객이 사 가면 좋은 것 아닌가. 마치, 원래 감독의 의도대로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따위 신경 안 쓰고 자신들이 임의로 편집한 작품이어도 시청자만 좋아하면 장땡이라는 쿠팡플레이 쪽 태도처럼.
그러니까 <안나>를 둘러싼 논란은 얼핏 창작자와 배급사 사이의 갈등이라는 영상 콘텐츠 업계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닐까? 최종 소비자만 오케이라면 과정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냐는 쿠팡의, 자본의 오만을 우리는 언제까지 용인할 거냐는 질문 말이다.
이승한 _ 티브이 칼럼니스트. 정신 차려 보니 티브이를 보는 게 생업이 된 동네 흔한 글쟁이.
http://naver.me/5Bxu1i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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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_ 티브이 칼럼니스트. 정신 차려 보니 티브이를 보는 게 생업이 된 동네 흔한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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